올림픽을 멈춰라
지난 며칠 동안 우리는 지배 계급이 전세계적인 코로나 19 사태에 대응하는 방식을 통해 그들이 수만 명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이익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0년 도쿄 올림픽 ‘연기’를 겨우 결정한 것도 정치인과 기업들, 부동산 투기꾼들, 그리고 여타의 기관들이 어떻게 올림픽 기계를 작동시켜 수익을 얻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3월에 일본 정부는 성화 봉송과 올림픽 개최가 예정대로 진행될 것임을 여러 차례 공언하며 올림픽의 미명 하에 일본 주민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들을 지연시켜왔다. IOC의 올림픽 연기 결정이 최종 발표된 후, 일본 내 코로나 확진자 수는 급증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대중들에게 제대로 된 코로나 19 관련 정보를 은폐하고 확진 검사를 축소 시행해 왔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생명보다 사적 이윤을 더 중요시하는 올림픽의 진정한 유산이다. 이제 그 어느 때보다 돈과 권력을 동반한 협상과 개혁은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작금의 신자유주의는 지금 우리가 처한 위기 뿐만이 아니라 그 어느 위기 상황에서도 오직 두 가지의 ‘해결책’만을 제시한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엘리트들의 관심사만을 대변하며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만들어낸다. 첫 번째 방법은 사람들의 두려움이 커져감에 따라 단기적으로 국가 안보 단계를 격상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자본주의적 발전을 더욱 가속화시키며 이것이 “회복”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올림픽은 이 ‘해결책’을 우리의 도시와 커뮤니티에 도입하기 위한 완벽한 수단이며, 이는 이미 올림픽 유치 및 준비 과정에서 입은 막대한 피해와 지금의 코로나 사태로 인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우리는 IOC와 모든 올림픽 조직위원회에 올림픽을 멈출 것을 요구한다. 다시 말해, 계획되어 있는 모든 올림픽을 (연기가 아닌) 취소하고, 이 비대한 행사에 쏟아붓는 자원을 다시 가져와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는 우리의 도시와 커뮤니티에 돌려줘야 한다는 뜻이다.
2020 도쿄 올림픽은 30조원에 가까운 비용을 소요하며 애당초 계획된 예산을 20조원 넘게 초과하고 있다.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은 8조 6천억원, 2024 파리 올림픽은 98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지만 실제 비용은 이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올림픽 예산은 당초의 목적과 무관하게 비축되어 있는 자원임이 여실히 드러난다. 감염병 사태에서 이 돈으로 얼마나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까?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 가족과 이웃들의 긴급하고 기본적인 필요를 위해 이 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이 돈을 우리의 도시를 착취하고 빈민을 죽이는 메가 이벤트를 위해 사용하는 것은 대량학살과 다를 바 없다.
그 대신 수조 원에 이르는 이 돈은 다음 사항에 우선하여 사용되어야 한다.
재난을 복구하라
기후 위기가 우리의 도시를 침식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와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 그리고, 캘리포니아 산불의 희생자들에 대한 복구와 지원을 요구한다. 이는 집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주거 지원, 방사성 물질에 피해를 입거나 장기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의료 지원, 긴 시간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신 건강 지원,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든 사람들을 위한 경제적 지원책을 포함한다.
공공재의 민영화를 멈춰라
올림픽은 공공영역을 사적으로 점유하고 인간의 기본적인 요구를 상품화하려는 거대한 노력의 일부이다. 우리는 이미 공적 관리 영역을 벗어나 있는 교육, 보건, 주거, 전기, 수도, 가스, 대중교통 등의 공공재를 즉각 사회화(socialization)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현재 비어있는 숙박업체와 단기 임대 숙박 시설을 공적 주거로 전환하는 것을 포함한다. 안보 단계를 격상하거나 부동산 개발을 확대하는 대신, 이를 통해 인간의 생명과 생활을 보호하고 코로나 19로 부터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경찰과 군대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를 멈춰라
올림픽 예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항목 중 하나가 보안 예산이다. 2012 런던 올림픽의 보안 예산은 1조 9천억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우리는 “올림픽 보안”의 명목으로 우리 도시에서 가장 취약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는 데 쓰이는 돈이 모조리 인간의 기본적인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용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수백만 명의 삶이 위태로워진 지금의 위기 상황 속에서 생명을 구해내는 최전선에 있는 것은 군대나 경찰이 아닌 평범한 노동자들임을 확인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