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와 연대하는 성명

올 여름 7월 26일부터 파리에서의 세 번째 올림픽이 시작된다. 지난 올림픽의 개최지이자 새로운 올림픽을 맞이하는 파리에서 이 행사의 부정적 영향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이들, 특히 노동자 계급이거나 가난하거나 인종차별에 직면해있거나 이주민이거나 집이 없는 파리 사람들과 우리는 연대하고자 한다.

우리는 지난 올림픽 개최지마다 많은 이들이 배제되거나 쫓겨나고, 도시 ‘미화’라는 이름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감시와 구금이 반복되는 것을 목격해왔다. 파리도 마찬가지다. 올림픽 개막이 다가올수록 이주민들의 임시 주거지에 대한 경찰의 강제퇴거는 극심해지고 있다 . 이들 중에 상당수는 버스에 실려 먼 지역으로 쫓겨나서 기존의 관계망이나 사회적 서비스와 단절되었다.

이러한 경찰의 행태는 기시감을 불러 일으킨다. 도쿄의 메이지 공원과 미야시타 공원에서, 2022 슈퍼볼을 앞둔 로스엔젤레스의 잉글우드 지역 경기장 인근에서, 리우데자네이루 거리에서, 런던, 밴쿠버, 애틀랜타, 시드니, 그 외 수많은 개최지에서 자행된 강제퇴거를 떠올리게 한다. 생드니(Saint-Denis)와 생투앙(Saint-Ouen) 지역에는 2024 파리올림픽 선수촌 건설과 연계된 그랑파리 개발사업으로 인한 부동산 투기가 집중되며 노동자 계층의 주민들이 점차 더 많은 이주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각각의 커뮤니티마다 올림픽에 영향받는 정도는 다르지만, 올림픽의 약탈적 땅뺏기로 소중한 녹지가 파괴되는 문제는 모든 파리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오베르빌리에(Aubervilliers)의 오래된 커뮤니티 텃밭은 아스팔트로 포장되었고, 올림픽 미디어 빌리지가 들어선 에르드방(Aire des Vents) 주립공원은 콘크리트로 뒤덮혔다. 올림픽을 명분삼아 프랑스 정치인들이 기존의 개인정보 보호 조치를 무력화하며 도입한 유럽연합 최초의 인공지능 활용 감시 및 치안 체계는 모든 프랑스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근사한 개막식의 ‘보안’을 위해 센 강 부근에는 전례없이 대규모의 보안장벽이 세워지고, 파리 사람들은 자신의 도시에서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접근할 권리를 침해받는다.

지금도 끄떡없는 프랑스 제국주의 덕분에 올림픽 주최측은 서핑 경기가 열리는 타히티의 테아후푸(Teahupo’o)에서 새로운 심판석 타워 건설을 강행할 수 있었다. 타히티 사람들은 산호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공사에 명백히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나 주최측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권력을 가진 정치인과 기업인들은 부자들의 잔치에 불과한 ‘올림픽’을 활용해 우리의 권리와 삶을 짓밟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당당히 명시하는 가치와는 정반대로, 갈등을 심화시키는 국가주의는 엄청난 비용을 소요하는 올림픽이라는 잔치를 통해서 한층 악랄해진다. 이번 올림픽은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영토, 그리고 문화에 대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가려주는 스포츠 워싱으로 활용된다. 우리 정부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은 자금지원 등으로 이러한 폭력에 공모하고 있다. 우리의 투쟁은 강탈, 제국주의, 자본주의, 그리고 경찰국가에 맞서는 이들과 함께한다.

‘더 빠르게, 높게, 강하게’라는 올림픽의 모토는 더 느리고, ‘낮고’, 약한 이들이 무가치하다는 관념을 강화한다. 이는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의 장애차별주의, 인종차별주의, 성차별주의, 엘리트중심주의 관념을 표명하고 재생산한다.

올림픽 기계는 폭주기관차처럼 비인간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으로 개최지 사회에 작용한다. 우리는 ‘약탈 2024(Saccage 2024)’를 포함하여 파리, 생드니, 마르세유, 타히티 등지에서 올림픽 기계에 맞서는 모든 이들과 연대한다. 당신의 투쟁이 곧 우리의 투쟁이다. 또한 우리는 국경을 넘어 올림픽에 맞서는 국제적 활동을 강고히 이어나갈 것이다.

우리는 파리와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는 강제이주와 젠트리피케이션, 경찰의 억압, 환경파괴, 그리고 노동자 착취를 단호히 거부한다. 올림픽은 어디에도 필요없다. 올림픽을 폐지하라.

7월 26일을 앞두고 파리, 도쿄, 로스앤젤레스, 서울 등지에서 올림픽 반대 행동에 참가하자. 당신이 있는 어느 곳에서도 연대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자. 함께 #NOlympicsAnywhere 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노올림픽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반대모임 (도쿄)
평창올림픽반대연대
와사치 세입자 연합
삿포로 올림픽・패럴림픽 대응 시민 모임
올림픽이 필요없는 사람들 네트워크(나가노)
올림픽 재해를 거절하는 모임(도쿄)
삿포로 올림픽 대책실
지속불가능한 올림픽 위원회 (밀라노)
노올림픽 (알프스 프랑스 권역)
카운터 올림픽 네트워크 (런던)